귀염둥이 우리야,
너가 말을 할수있다면, 내 말을 다 알아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그랬다면 엄마는 또 너땜에 스트레스 받는일이 분명 많았을거야. 너가 말못하는 짐승이어서 엄마가 편하게 너랑 살고있는지도 몰라.
똥배 아저씨 우리야,
그래도 난 너가 내 눈을 지긋이 바라보면서 무언가 말하고싶어하는걸 느껴. 아마도 좋은 이야기로. 사랑한다든가, 쓰다듬어달라든가 하는. 너는 고양이 치고는 덩치가 꽤 있어서 옆에 있기만 해도 온기가 느껴지고 안아줄때도 품에 꽉차서 마음까지 차오르는것 같아. 뚱뚱해지면 안되는데 너가 빈밥그릇 앞에서 밥달라고 야옹거리면 엄마는 모른척하기가 힘들다.
껌딱지 우리야,
너한테 맘껏 뛰어놀 수 있는 넓은 공간을 주지 못해서, 사냥본능을 펼쳐보일 수 있는 사냥감을 갖다주거나 만족스러운 사냥놀이를 매일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하루종일 잠만 자거나 무료한 듯 촛점없는 눈으로 멍때리는 너를 보면 내가 너를 괜히 데려왔나 싶기도 해. 너는 여기보다 더 좋은 곳으로 갔을수도 있고 아니면 임시보호하던 그사람이 진짜로 널 방생해서 이 힘든 세상을 좀 일찍 하직했을수도 있고 아니면 여느 길고양이들처럼 골목생활에 잘 적응했을수도 있겠지. 그런데 완벽한 인생이나 묘생은 없어서, 하나를 가지면 하나는 포기해야하는게 법칙이라고나 할까. 너는 배고픔과 추위에서 자유로운 대신 햇빛이 내리쬐는 뜨끈한 아스팔트에 몸을 부비지 못하고, 길고양이들과 영역다툼으로 다치거나 목숨을 걸고 싸울일은 없지만 팔랑이는 나비를 따라 맘껏 뛰어갈 수도 없지. 삶이 원래 그래. 다 가지지는 못해. 그래서 엄마는 너가 안쓰럽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불쌍하지만은 않아. 사실 네 팔자가 좋은 편이거든.
보고만 있어도 좋은 우리야,
엄마가 집에서 꼼짝 않고 잠만자거나 망부석럼 TV만 쳐다보고있을때 너는 무슨생각을 하고있니. 엄마가 밤에 죽은듯이 잘때는? 가끔 너가 내 코밑에 네 코를 킁킁거리며 갖다댈때 내가 숨을 쉬는지를 확인하는건가 싶어. 엄마가 약속하는데, 너가 살아있는 동안은 하나님이 엄마를 갑자기 데려가지 않으시는 한 끝까지 너를 지켜줄거야. 내가 어떤 상태든, 어디로 가든, 어떤 상황이든 너는 살아있는 동안 엄마랑 떨어질일은 절대 없어. 그러니까 아무것도 걱정하지말고, 아무것도 무서워하지마. 엄마가 다 이기니까. 알지?
귀염방구 털뭉탱이 우리야,
너가 내 옆에 있어서 엄만 정말 좋다. 어쩜 하나님은 너를 이렇게 예쁘게 지으셨을까. 우리 아프지 말고 오래 오래 같이 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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