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다;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다
경부고속터미널에서 통영까지 4시간정도 걸린다. 욕지도에 가려고 통영행 버스를 탄거지만 일요일에 비바람때문에 돌아오는 배가 뜨지 못할 예정이어서 2박3일 욕지도행 여행일정이 1박2일 통영여행으로 바뀌었다. 욕지도에 가지 못한건 많이 아쉽다.
엄마와 이모, 삼촌은 나름 사이가 좋다. 다행히. 엄마랑만 있을 때, 엄마랑 삼촌이랑 있을 때, 엄마 이모 삼촌과 있을 때의 느낌이 무척 다른데, 이모가 그 셋 중에 내가 생각하는 ’진짜 어른‘의 범주에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같이 있으면 마음이 놓이고, 안전하다고 생각되고, 무슨일이 생겨도 어렵지 않게 금방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이모는 외할머니의 자식들 중에서 가장 보살핌을 못받은 아이였지만 자신의 삶을 가장 잘 돌볼 줄 아는, 강하고 책임감있는 어른이 되었다.
이모는 어렸을 때 더럽고 좁은 집구석, 외할머니의 거센 구박과 집안일 강요 등을 피해 거의 밖으로 돌면서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모는 다른 형제들과 정말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잘은 모르지만 이모도 결혼 전에 고등학교 선생님과 연애를 했었다고 들었다. 그 선생님은 이모와 나이차가 그렇게 크게 나지 않는 분이긴 했지만. 이모도 분명 보호자, 기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던거다.
아무튼, 자신을 돌보는 능력은 어렸을 때 얼마나 잘 보살핌 받았는지가 영향을 많이 미친다고 하던데. 이모를 보면 예외가 있는건가, 아니면 외할머니만 이모를 주워온 자식 대하듯 했고 외할아버지는 이모를 살뜰히 챙겨주셨던건가 궁금해진다.
자신을 잘 돌봐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고, 스스로의 엄마가 되어주는 마음으로 자신을 잘 보살피려고 한다는 어느 연예인의 말은 감명깊었다. 새해가 될때마다 좋은 속옷을 사입히고, 좋은 음식을 먹이려고 노력하고, 운동을 시키는 등... 한번도 나는 그런 마음으로 나를 대해본적 없다. 나를 잘 보살펴야하는 대상으로 여겨본 적이 없었다. 어렸을 때 제대로 보살핌받지 않아서라는 핑계라도 대려고 하면 이모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보여주고있어서 핑계도 대지 못하겠다.
나를 잘 돌봐주면, 더 건강해진 몸과 마음으로 더 많은걸 할 수 있게될까. 다른 사람들, 내가 아끼는 사람들을 더 사랑하고 돌봐줄 수 있게될까. 내가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사랑할 수 있게될까.